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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돌덩이) 보스턴 사람들 책소개, 발췌문, 감상문

by 돌덩이, 2024. 3. 4.

보스턴 사람들

지금부터 보스턴 사람들 책소개 책추천 북리뷰 서평 독후감 관련 포스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아래 글을 통해 책소개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평 독후감 제작에 도움이 되시기 바랍니다.

보스턴 사람들 책소개

보스턴 결혼의 유래가 된 헨리 제임스의 중기 대표작 보스턴 사람들이 국내에 처음 출간된다. 여성 참정권 운동이 벌어졌던 19세기 보스턴을 배경으로, 세 남녀의 기이한 삼각관계를 통해 격변하는 시대의 초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그의 소설 중 정치적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유일한 작품으로, 당대에는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는 작중인물과 보스턴이 품었던 진지한 열의를 희화했다고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혼란스러운 시대를 사실적으로 관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의 중기를 대표하는 실험적 소설로 남았다. 또한 돌봄과 연대감, 로맨스가 가미된 두 여성 간의 관계를 일컫는 보스턴 결혼의 유래로도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설은 세 명의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미시시피 출신의 변호사로 남북전쟁 참전자이자 보수주의자인 베이질 랜섬이 먼 친척이자 여성 참정권 운동가 올리브의 초대를 받아 보스턴에 온다. 그는 이곳에서 여성의 고난에 대해 연설을 하는 버리나를 만나고 한눈에 반한다. 반한 것은 랜섬만이 아니었다. 올리브 역시 그녀가 이 운동의 첨병에 설 수 있음을 한눈에 알아본다. 버리나의 열띤 청혼자들, 그녀를 트로피처럼 내세운 부모를 피해 올리브는 버리나를 데리고 유럽으로 향할 결심을 하고 랜섬은 뉴욕으로 향한다. 시간이 흘러 올리브가 이제 대의를 위한 전진만이 남아 있다고 믿던 어느 날, 랜섬이 보스턴에 돌아온다.

발췌문

올리브는 어머니가 살아 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지 잘 알고 있었기에 결정을 내리기가 쉬웠다. 어머니는 항상 긍정적인 쪽을 택하셨으니까. 올리브는 만사를 두려워했지만, 두려워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했다. 그녀의 지극한 바람은 자비를 베푸는 것인데,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어떻게 자비로울 수 있겠는가? 그녀는 위험을 발견하면 반드시 맞선다는 것을 일종의 행동 원리로 세웠지만, 결국 자신은 안전하다는 것을 깨닫고 창피를 느끼는 일이 종종 있었다. 베이질 랜섬에게 편지를 쓴 뒤에도 그녀는 지극히 안전했다. 사실 그가 그녀에게 뭔가 위험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는 보기 어려웠던 게, 그저 그는 그녀의 편지에 사의를 표하며(그 말투가 유난

히 거창하긴 했다) 보스턴에 (이제 막 시작한) 비즈니스차 가게 되는 대로 찾아뵙겠다고 장담했을 뿐이었다. 감사한 마음을 가득 품은 이 맹세를 이행해 이제 그가 정말로 왔지만, 미스 챈설러는 위험을 자초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_2장 중에서

둘 사이에 잠재된 그 모든 불협화음에도 식사는 아주 성공적으로 진행되었고, 막바지에 다다르자 그녀는 그에게 식사를 마치고 나가봐야 한다며 혹시 동행하겠느냐고 물었다. 그녀는 친구 집에서 열리는 소소한 모임에 가는 것으로, 친구가 새로운 사상에 관심을 가진몇몇 사람을 퍼린더 여사에게 소개하는 자리라고 했다.

어쩌면 당신도 흥미를 느끼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토론을 듣게 되실지도 몰라요, 그런 걸 좋아하신다면. 아마 찬성하지 않으시겠지만.” 이렇게 덧붙이며 그녀는 묘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렇겠죠. 전 만사 반대하는 사람이니까요.” 미소와 함께 자기 정강이를 만지작거리며 그가 말했다.

당신은 인류의 진보를 바라지 않나요?” 미스 챈설러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글쎄요. 진보적인 것을 본 적이 없으니까요. 저에게 좀 보여주실 건가요?”

_3장 중에서

베이질 랜섬은 모친이 말하는 동안 자기 바로 옆에 서 있는 딸에게 뭔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생각나는 말이라고는 미시시피식 인사뿐으로, 잘난 체한다거나 너무 엄숙하고 지루한 인상을 줄 것이었다. 게다가 그로서는 그녀의 연설 내용 자체에는 동의를 표하고 싶지 않았고 그저 그녀가 매력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그 차이를 분명히 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는 그저 입을 다물고 그녀에게 미소 지었고, 그녀도 그에게 미소로 답했다. 그에게는 오직 자기에게만 보여준 미소처럼 여겨졌다. _9장 중에서

올리브는 셀 수 없이 많은 질문을 그녀에게 퍼부었다. 소녀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그 대화는 사람들

이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는 그런 대화, 모든 말을 주고받았으며, 장차 당연해질 어떤 것이 시작되고 있음을 느끼게 하는 그런 대화였다. 소녀의 삶에 대해 알게 될수록 올리브는 점점 더 그 속으로 파고들고 싶어졌고 점점 더 자신을 잊게 됐다. _11장 중에서

랜섬은 미스 챈설러가 악수해주지 않을 거란 걸 알아챌 수밖에 없게 되자 역시 마음이 좀 상했다. 방을 나서기 전에 그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문손잡이를 잡고 거기에 선 채로 말했다. “그런데 미스 올리브, 당신이 편지를 써서 나를 여기에 초대한 목적이 대체 무엇이었습니까?” _13장 중에서

보스턴 사람들 감상문

보스턴의 인도적 열망을 희화한 소설

VS “영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두 소설 중 하나

보스턴 사람들은 당대에는 혹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는 작중인물과 보스턴이 품었던 인도적 열망을 희화했다고 비판받은 것이다. 그러나 후대에는 19세기 말에 일었던 페미니즘과 사회 개혁의 움직임을 사실적으로 관조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그의 중기를 대표하는 실험적 소설로 남았다. 1991년 옥스퍼드판의 해설을 쓴 케임브리지 클레어칼리지 연구원 R. D. 구더는 이 책을 도금 시대 미국 이상주의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대한 분석이라고 설명했고, 문예평론가 F. R. 리비스(1895~1978) 역시 이 책을 오직 헨리 제임스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 극찬하며 영어로 쓰인 가장 뛰어난 두 소설 중 하나, 다른 하나는 제임스의 여인의 초상이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입체적 캐릭터들로 완성한 19세기의 디오라마,

후퇴하는 시대에 전진을 열망하는 시대를 읽는다는 것

작품 속에는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올리브는 남성을 하나의 계급으로 인식하고, 계급 투쟁으로서 여성 운동에 몸담지만, 한편 선민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면모를 보인다. 랜섬은 남북전쟁 패전의 상흔을 간직한 남부 출신의 보수주의자로서, ‘시대가 너무 여성화되어가고 있다고 성토하지만 논지의 맥락이 잡히지 않는다. 버리나는 올리브를 선망하며 그녀와 함께 일을 도모하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여성의 삶에 안주하는 올리브의 언니를 동경한다. 이 밖에도 진보와 사이비 종교가 기묘하게 결합된 버리나의 부모, 연금 없는 삶에 묶인 노년의 사회운동가 등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통해 시대의 변화에 뒤따르는 혼돈과 모순을 풍부하게 담아냈다.

진보의 흔적이 바로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진보가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 점을 저는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훨씬 앞으로 더 나아가야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냈는지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이렇게 되돌아보고야 저도 알 수 있네요. 내가 젊었을 때는, 사회는 아직 절반도 눈을 뜨지 않았었다는 것을요.”_38장 중에서

또한 보스턴 사람들은 한 시대에 관한 깊은 통찰을 넘어 현재와 공명한다. 많은 진보적 논의가 후퇴하고 있는 지금,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혐오와 반목의 깊이가 150년도 더 된 것임을 확인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다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확인에 그치지 않는다. 등장인물인 미스 버즈아이가 되돌아보니 이만큼 진보해왔다라는 소회를 밝히듯,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하는 오늘날도 진보의 결과물임을 깨닫고, 그렇기에 더 나아갈 수 있음을 긍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 담긴 연대하는 여성의 삶이 보스턴 결혼이라는 불멸의 이름을 얻은 것 또한 의미가 깊다. 19세기 만화경을 통해서 바라본 21세기 자화상과도 같은 책이다.